두통이 지끈지끈.
원인은 고민 때문이다. 무엇에 대한 고민이냐. 뭐 하고 살지에 대한 고민이다. 정확히 말하면 무엇으로 돈을 벌어먹고 살지가 고민이다. 이런 종류의 글을 예전에도 몇 번 올렸었는데, 최근에는 건축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짓기 힘든 주제라서 계속 고민하다가 오늘 또 고민의 보따리가 터져버렸다. 아슬아슬하게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던 보따리였다. 마침 책장에서 오재은 교수의 '자기 사랑 노트'라는 책을 우연히 훑어보게 된 것이 방아쇠였다. 주변에서 원하는 내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아니면 내가 주변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그런 모습의 내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혼란스러웠다. 외부의 요소들을 배제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생각해보려고 하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다가도 이것도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을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하나씩 따져보자. 어렸을 때부터. 중학교때까지는 의사가 꿈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아빠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부모님 직업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무심결에 한 것일 수도 있고 주변에 있는 아빠의 친구분들과 함께 등산을 다니다 보니 그 영향도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도 의사가 되길 은연중에 원하고 계셨던 것 같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이런 사실들을 하나씩 깨달아갔던 것 같다. 물론 의대에 가기엔 성적도 턱없이 부족하긴 했지만. 의사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성적이 높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의대에 지원하는 상황이 내 눈에는 미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했을 때 나의 관심사는 식품이나 요리 쪽이었다. 갑자기 부모님께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는 용기가 없었는지, 조심스럽게 식품영양학과를 제안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로에 관해서 난 항상 이런식이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이 생겨도 부모님에게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서 먼저 타협한 후에 그냥 적당한 대답을 냈었다. 실제로는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의사를 부모님에게 제대로 전달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그 와중에 내가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한 것이 딱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재수였다. 적당한 대학에 들어가기에는 스스로 불만족스러울 것이 분명했고, 그렇게 4년을 살고싶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지금 다니고 있는 건축학과를 선택한 것도 어렴풋이 중학교 때 내가 건축에 흥미가 있었다는게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성적도 적당했고. 여하튼, 이렇게 방향성없는 진로 선택이 계속된 것이 지금에 이르러서 커다란 고민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냥 적당한 학과에 진학해서, 먹고살만한 직장에 다니면서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면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요즘은 이런 평범한 삶도 이룩하기 힘든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혹자는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삶이라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한번 이런 고민을 하게 되니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마인드셋이 생겨벼렸다.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싶다. 그리고 빨리 그 일을 찾아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 일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 다른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내가 보여주고싶은 모습처럼 표면적인 요소들을 제외하고 내가 진짜 하고싶은 일을 빨리 찾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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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쓰고싶은 글들이 많았다. 영어회화도 500문장이 끝나서 다시 체크하고 있는데 상태가 아주 가관이다. 운동도 일단 꾸준히 하고 있고, 읽고있는 책에 관해서도 쓰고싶었다. 아니면 건축 관련된 사이트나 요즘 핫한 주식에 관해서도. 그럼에도 이 글을 가장 먼저 쓴 것은, 이 문제가 나에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역하기 전까지는 나 스스로 어느정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그 전까지는 계속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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