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3
매 끼니마다 쌀죽을 먹고 있다. 요즘에는 그나마 px에서 파는 장조림이나 닭가슴살 같은 것이라도 사서 먹고 있지만 이틀 전만 해도 정말 그냥 쌀죽만 먹었다.
#반찬의 소중함
군대 짬밥에는 자극적인 반찬들이 자주 나오다보니 쌀죽과 같이 먹을만한 반찬이 없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꽈리고추 멸치볶음이 나왔다. 꼭꼭 씹어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받아서 먹어 보니 이게 뭔가. 너무 맛있다. 평소에는 그러려니 하고 그냥 먹는 메뉴였는데 짭짤함과 달콤함과 오래 이별해 있다 보니 이 맛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
#짠 맛
사람의 오감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미각으로 느낄 수 있는 맛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중 짠맛을 한동안 빼앗겼더니 죽을 맛이었는데, 다시 느껴보니 내 안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찾은 느낌이었다. 단맛도 새콤한것도 다 좋아하지만 역시 소금은 사람에게 빛과 같다.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저염식으로 먹는 게 건강에는 좋을 지 몰라도 가끔씩 강렬한 짠맛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감자칩이나 짜장면, 짬뽕, 인스턴트 음식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피자. 이렇게 언급하다보니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휴가 나가서 먹고싶은 음식들에 대해서도 써 봐야겠다.
#감사
어쨋든 빼앗긴 미각이 돌아오니 그동안 무시했던 짬밥의 소중함을 다시 알게 되었고, 이제 내일 외진만 갔다 와서 밥 먹어도 상관 없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맛있는 것들을 좀 먹고 싶다. 양주병원 가면 다들 치킨이나 피자 사먹던데 저번에 좀 부러웠다. 식탐이 너무 과하면 사람을 망치겠지만 나는 지금 너무 절제하고 있다. 죽으로도 과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게 될 것 같다. 그 전에 빨리 나아서 내 입을 만족시켜 줄 음식들을 먹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다른 친구들은 또 무슨 평가를 본다고 고생이다. 오늘도 달리기 열심히들 하던데, 역시 사는게 나만 힘든게 아니다. 다들 힘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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