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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생활

나와 안맞는 사람. 전역 D-174

by 창문지기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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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나와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한둘 있기 마련이다. 오늘 또 만난 것 같다. 만약 사회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거나  관계를 이어나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여긴 군대다. 게다가 계속 같이 근무를 서야 하는 상황이어서 곤혹스럽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하루가 가버렸다. 영어공부나 운동도 못할 뻔했는데 다행히 중간에 정신 잡고 할당량은 끝냈다. 이제 철수하려면 한 달 정도 남았는데 머리가 아프다.

#무시

그냥 정말 모르는 척 무시하는 건 어떨까.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강요하면서 내가 그만 하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는데도 계속한다. 제일 답답하고 화났던 부분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계속 날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딱히 말에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대처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한테 조금이나마 맞장구쳐주었던 그때의 내가 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도 살아가는데 자신만의 기준이 있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계속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정말 지긋지긋하고 머리 아픈 일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내 가슴 깊숙이 닿았다. 나도 사람들과 대화할 때 존중과 배려를 잊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표출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정면으로 부딪힌다. 만약 다음에도 계속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머리 아픈 행동이나 말을 계속하면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말을 고분고분하게 들어줬더니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 것인지, 적당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면전에다가 팩트를 때려 박아줘야 할 때도 있지 않을까. 쓰다 보니 표현이 좀 거칠어졌는데 아직도 화를 삭이지 못한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는 세 가지다. 사과를 받아내거나 싸우거나 손절하거나. 마지막은 결국 무시하는 것과 상통하는 결과라서 딱히 상관은 없다. 그런데 싸우는 건 좀 곤란하다. 난 싸움은 잘 못하거든. 아직 누굴 때려본 적도 없다. 얼굴도 험악하게 생겨서 위협하면 나 좀 쫄 것 같다. 그래도 한번 이렇게 하면 마음은 좀 후련해질 것 같다. 물론 이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어색하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어색하기 때문에 상관없다.

#화해

이건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다. 내가 먼저 화해하자고 하는 것도 웃기고. 내 생각엔 서로 싸운 것도 아니다. 내가 일방적으로 괴롭힘 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화해'라니? 화해(compromise)는 사전적 정의로 분쟁 당사자가 양보하여 분쟁을 종료시키는 행위라고 한다. 내가 단어 선택을 좀 잘못했다. 없었던 일로 하고 넘어가자고 먼저 말을 건네는 게 되겠다. 그런데 문제가 조금 있다. 사실 어제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내가 불만을 조금 표했는데, 나중에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당사자 중 한 명에게 사과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저번에 올린 글에서 근무 시간은 시간이 잘 안 가서 뭔가 이야기를 하면서 보내야 한다고 했었다. 그래도 선은 지켜야 한다. 오늘도 근무 이후에 다시 말해보니 겨우 변명이라고 하는 것이 시간 녹여야 해서 그랬단다. 그게 이유가 되나? 정말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일이 금요일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다음 주면 이 사람들과 근무를 서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된다. 이후에 이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

오늘은 좀 감정적인 글으로라도 안에 있는 화를 쏟아내고 싶었다. 이런 글은 보는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난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기억하고 싶다. 이런 인간관계 속의 갈등을 미리 겪어본 분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싶다.

하아... 오랜만에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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